- 하다의 영화이야기 -
첫 번째 이야기. 영화 [해어화]
해어화 : 말하는 꽃. 말을 알아듣는 꽃.
즉, 기생을 뜻하는 말이다.
나는 널 사랑하지 않는다. 헛된 나를 잊는 대신 부디 너만은 잃지 말기를..
이게 너에게 줄 수 있는 내 최선의 진심이다.
사랑, 거짓말이
- 김윤우-
여러분은 영원한 사랑이 있다고 믿으시나요?
그 사랑을 지금, 함께 하고 계신가요.
1. 하다가 뽑는 영화 포인트 5가지
01. 우정
일제강점기 시대 '대성권번'에서 나고 자란 소율과 연희. 전통가요인 정가를 배우며 예인으로 함께 가족처럼 자란다.
정가를 부르는 예인이지만, 대중가요인 유행가를 부르는 가수 이난영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가족이 없는 연희와, 엄마가 있지만 외롭게 자란 소율은 서로에게 친구 그 이상의 우정과 가족애를 나눈다.
02. 사랑
조선의 마음이 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다른 권번의 기생의 아들 김윤우.
일본 유학 후 돌아와 다시금 소율과 사랑을 맹세한 사이이다.
최치림이라는 가명을 사용하여 가수 이난영 노래를 작사작곡하는 윤우.
*
윤우는 정가처럼 한가하게, 여유있는 권력층이 앉아서 듣는 음악보다,
사는 게 힘든 민중들의 삶에 녹아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먹고살기 힘든 민중들에게 눈물이자 웃음이 되고싶다는 윤우.
" 나는 이 시대의 아리랑을 만들꺼다. 지치고 힘없는 이들이 고달픔으로 보르는 노래.
조선의 마음이 부르고 불러서, 비로소 완성되는 노래 "
*
그런 윤우의 말에서 그 동안 갈망했지만 그게 무엇인지 몰랐던 소율이
함께 느끼고 깨달으며 윤우의 꿈을 함께하고 싶어 한다.
소율은 윤우가 원하는 '조선의 마음'이 되고 싶다는 큰 꿈을 꾸게 된다.
그렇게 윤우가 만든 노래를 꼭 부르고 싶다는 소율.
나는 그때의 소율의 모습에서 정만 큰 벅참을 느꼈다. 꿈을 꾸는 사람의 눈은 저렇게 빛이 나는구나 하며.
그런 소율을 바라보는 윤우의 눈빛에서도 놀라움과 소율이 복사꽃같이 예쁘고 빛난다 생각했지 않을까.
하지만, 어떤 기회로 이난영 선생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소율과 연희였지만,
이난영 선생과 윤우의 마음을 움직인 건 연희의 목소리.
개인적으로 사실 소율에게만 왔던 기회였으나, 소율이 직접 연희의 손을 끌고 이난영 선생님댁으로 갔기 때문에,
영화를 여러 번 볼 때마다 그 장면이 그렇게 안타까운 장면일 수가 없다.
아마 소율 또한, 그 순간을 가장 후회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든다.
소율이 그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이때부터, 주인공들의 운명이 전부 뒤틀렸지 않았을까 하는...
소율이 연희가 윤우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폭우를 맞으며 윤우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려는 모습이 얼마나 처절해 보였는지 불쌍할 지경이었다.
그런 소율에게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변하지 않는 영원을 맹세하는 윤우.
03. 좌절
' 조선의 마음 '
하지만, '조선의 마음'을 부르는 연희를 바라보는 윤우의 표정에서 마음이 연희에게 갔음을 소율도 윤우도 깨닫는다.
함께 음악을 만들며 연희와 윤우가 서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 또는 윤우가 꿈꾸는 그 이상의 모습을 연희의 목소리에서 느낀 게 아니었을까.
윤우와 연희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직접 보고 확인사살까지 당하는 소율이 권번으로 돌아와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버리는데,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엄마를 바라보는 소율의 눈에서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공허함이 느껴졌다.
이 장면에서 한효주 배우님이 정말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예인으로 키웠지만, 꺾이는 꽃이길 바라는 엄마에게 보란 듯이.
사랑, 우정, 꿈, 노래, 마음, 신념... 모든 걸 잃었다.
04. 질투와 복수
지금까지 굳게 믿어온 예인의 길을 접고 권력자의 첩이 되며 진짜 되기 싫었던 창녀가 된 소율.
정말 자신은 기생이 아닌 예인이라 스스로를 굳게 믿으며 어렸을 때부터 자라왔을 텐데.
얼마큼 바닥으로 내려갔는지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심지어 윤우에게 시집가서 평범한 여인의 길을 걸을 거라는 꿈도 꿨던 소율인데, 정말 모든 걸 버렸더라.
연희와 윤우의 음반인 '조선의 마음'을 권력을 앞세워 심의에서 통과하지 못하게 하여
음반을 내지 못하게 하고 몰수하여 불태웠으며, 투자자 빚쟁이에게 쫓겨 숨어 지내게 만든다.
자신을 찾아온 연희에게도 몹쓸 짓을 하고,
윤우와 연희의 서로의 소식을 알면서도 가운데서 전하지 않고 만나지 못하게 한다.
꿈을 이루고자 계속해서 음반을 내지만, 텅 빈 소율의 목소리에서 어느 누가 조선의 마음을 느꼈을까.
경무국장의 애첩이 부르는 노래는 처음부터 조선의 마음이 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윤우와 꿈꾸었던, 이 시대의 아리랑.
힘든 시기의 민중들의 마음을 만져줄 조선의 마음이 아닌,
결국 일본 상류층의 유흥을 돕는 음악을 하고 있는 소율.
복수는 하고 있지만, 정작 소율은 얻은 게 없다.
그냥 소율은 일본 권력자의 애첩일 뿐이다.
도저히 노래가 되지 않자,
어두운 밤 방구석에서 연희의 노래를 들으며 창법을 따라 하는 모습이 얼마나 처절하고 또 처절하던지.
어느 누구 하나 행복하지 않은 비극이다.
05. 잘못된 맹세
사랑, 거짓말이
사랑 거짓말이로다
"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왜 창녀가 됐는지 물어봐야지.. "
" 만들어줘요. 나만을 위한 노래. 약속했잖아 "
" 소율아....."
어쩌다 모두가 이리되었을까
다 내 잘못이다.
내가 맹세를 지키지 못하여 소율을 이토록 망가뜨렸구나라고 윤우는 생각하지 않았을까.
처음으로 망가진 소율을 제대로 바라봐주는 윤우의 모습이었지 않았나.
윤우는 꿈도 연희도 소율도 모두 잃었다.
" 복사꽃처럼 곱고 환하던 소율. 너에 대한 맹세는 거짓이 되었다.
나는 널 사랑하지 않는다. 헛된 나를 잊는 대신 부디 너만은 잃지 말기를..
이게 너에게 줄 수 있는 내 최선의 진심이다. "
2. 하다의 생각
영화 연출과정에서,
윤우와 연희의 서사나 각 캐릭터의 설득력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라
영화진행되는 부분이 조금 부자연스럽고,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조금 있었다. 너무 편집이 많이 된 기분.
그래서 찾아보니 촬영을 다 해놓고 편집과정에서 삭제했다고 하던데,
꼭 필요한 장면을 뺀 것 같아 관객들을 설득하지 못한 연희와 윤우의 사랑이 된 것 같아 아쉽다.
내가 눈으로 보지 못했지만 그들만의 시간에서 깊은 서사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고 본다면,
세 사람의 마음에 오롯이 집중하여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 세사람 어느 누구에게도 차마 손가락질할 수 없는.. '
'해어화'는 특히 영상미가 너무 예쁘다.
사의 찬미, 조선의 마음, 사랑 거짓말이..
시대배경에 맞는 음악과 함께 들으니 더욱 절절하게 볼 수 있다.
밤에 마음이 일렁이고 싶을 때 꺼내어보는 영화라서,
늦은 밤 이 글을 보는 당신께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