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다의 영화이야기 -
두 번째 이야기. 영화 [먼 훗날 우리]
'먼 훗날우리' 또한 열심히 생각날 때마다
다시 꺼내어 훌쩍거리며 보는 영화 중 하나이다.
휴대폰 배경화면이 몇년째 이 영화의 한 장면인 만큼,
마음 한켠에 아련함을 남겨주는 영화.
" 그 시절의 우린 어땠었더라..? "
- I miss you
- 나도 보고싶었어.
- 아니, 내 말은 내가 널 놓쳤다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내 인생을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만드는 그런 사람이 곁에 있으신가요?
1. 하다가 뽑는 영화 포인트 5가지
01. 갈망
베이징, 누가 이기나 보자고.
영화에서는 지금 한국으로 치면 서울상경 = 베이징 상경 = 성공을 꿈꾸는 삶이다.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다들 베이징에서 성공한 삶을 꿈꾼다.
돈을 많이 벌고,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꿈을 꾼다.
나를 사랑해 주는 돈 많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길 바라는 여주인공 샤오샤오.
게임 개발을 목표로 두고 친구들과 함께 꿈을 향해 달려가지만,
현실에 자꾸 부딪혀 무너지지만
현실과 타협한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혼자 남아 꿈을 꾸는 대학생 린첸징.
둘 다 생계와 꿈 사이에서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요즘의 청년들.
02. 사랑
만나는 남자들마다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지 못하는 샤오샤오.
그런 샤오샤오가 항상 걱정되고 안쓰러워하다 사랑의 마음까지 갖게 된 린첸징.
그런 린첸징의 마음을 밀어낸 샤오샤오는
생계를 위해 불법복제물을 팔던 린첸징이 교도소에 들어가자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어느 누구보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못난 모습도 서로 보듬어주며 제대로 된 사랑을 키워간다.
린첸징이 교도소에 있을 때,
홀로 있는 린첸징의 아버지를 신경 써서 여자친구인 척 찾아가며 보살피는 샤오샤오의 모습에서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우리 헤어지면 다신 보지말자
두 사람은 서로를 생각하며, 현실에 맞서 나가기 시작한다.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성공을 위해 아등바등 살았던 두 사람이
서로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우리의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악착같이 일하며 돈을 벌기 시작한다.
여전히 삶은 막막하고 빠듯하지만,
서로 의지하며 이겨낸다.
베이징에서의 외로운 삶을 둘이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이겨내는 중이다.
03. 보금자리
꿈이었던 게임 개발도 틈틈이 준비하는 린첸징.
" 게임 줄거리가 왜 이렇게 평탄해?
처음부터 행복하기만 하잖아 "
" 불행하면 우여곡절이 생겨"
" 우리는 우여곡절이 없었으면 좋겠다 "
" 게임 속에서 남자가 여자를 찾지 못하면 어떻게 돼? "
" 이언이 켈리를 끝내 찾지 못하면 세상이 온통 무채색이 되지 "
아무리 노력해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
고향에 내려가서도 성공한 친구들을 보며 준비해 간 허세조차도 통하지 않는 린첸징은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게 되고,
자신이 못나 속상한 마음이 아버지와, 샤오샤오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간다.
그래도 묵묵히 기다려주는 아버지와,
린첸징 곁을 지켜주는 샤오샤오.
샤오샤오와 함께할 번듯한 집과 직장을 얻어 나은 삶을 살고 싶지만,
노력해도 따라 주지 않는 현실에 점점 밑바닥을 보이는 린첸징.
한때는 무조건 돈과 집이 목표였던 샤오샤오는 이제는 린첸징이 정말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다.
그런 샤오샤오의 모습이
자신이 못나서 기대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더 자존감이 낮아진다.
설상가상 그렇게 갈망하던 집이 아닌
현재 겨우 살고 있는 단칸방에서조차도 쫓겨나게 돼서 반지하 단칸방으로 이사까지 가게 된다.
점점 게임폐인이 되어 예전의 빛나던 모습을 볼 수 없는 린첸징.
고향에 있는 아버지에게도 힘들게 사는 모습을 감추려 하다 보니 더욱 못할 짓만 하게 되고..
그런 모습을 보며 묵묵히 기다려주던 샤오샤오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해 떠난다.
유명한 지하철 씬...
내심 잡아주길 바라고 린첸징이 잡아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못났는지 알기 때문에 잡지 못했지 않았을까.
서로의 마음이 너무 이해되었던 장면.
그 이후로 더 한참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살던 린첸징이,
샤오샤오를 떠올리며 그때 완성하지 못하였던 게임을 몰두해서 완성시키고.
그 게임을 이용해 샤오샤오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 켈리를 만나면 미안하다고 전해줘 "
린첸징은 게임이 성공하고, 돈을 벌게 되자
베이징에서 좋은 집을 제일 먼저 구매하고, 샤오샤오와 쇠약해진 아버지와 함께 살려고 한다.
게임을 계기로 겨우 두 사람은 다시 고향에서 만나지만,
여전히 변한 게 없어 보이는 린첸징의 모습에 실망한 샤오샤오는 떠난다.
린첸징은 그동안 그렇게 원하던 샤오샤오와 샤오샤오를 예뻐하는 아버지와 함께 살 집을 구했지만,
샤오샤오는 큰집이던, 단칸방이던 집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 나는 보금자리가 필요했던 거였어 "
샤오샤오에게 보금자리란, 예전에 쫓겨났던 단칸방에 있었을 때의 린첸징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샤오샤오에겐 장소가 아니라 보금자리는 린첸징이었을 거다.
04. 뒤늦은 후회, 제대로 된 이별
한참 시간이 흐른 후 현재.
춘절에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샤오샤오와 린첸징은 마주친다.
폭설에 비행기가 결항되자 항공사에서 잡아준 호텔에서 다음날을 기다리며,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푸는 두 사람.
과거를 추억하며, 서로 상처받았던 마음을 보듬어준다.
- I miss you
- 나도 보고 싶었어.
- 아니, 내 말은 내가 널 놓쳤다고
서로 놓친 걸 후회하고, 서로 안쓰러워하며 서로의 과거를 아파하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 서로에겐 각자의 새 인연이 있다.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하며
잘 될 거라며,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하며 헤어진다.
이제서야 제대로 된 이별을 하며 마음속의 서로를 보내주는 두 사람이다.
05. 연출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며, 현재는 흑백으로 연출한다.
단순히 시점 혼선 때문에 준 연출인가 했는데,
린첸징이 개발한 게임에서 이언이 켈리를 끝내 찾지 못하면 세상이 온통 무채색이 된다는 말에서 납득이 갔다.
정말 마음에 드는 연출.
영화 끝자락에
평생 샤오샤오를 걱정하며 보고 싶어 했던 린첸징 아버지의 돌아가시기 전 편지를
유품정리함에서 발견한 린첸징이 샤오샤오에게 보내는 장면이 있다.
그 편지를 본 린첸징은 여러 감정을 느끼며 일상생활을 하던 도중 계속해서 오열을 하고,
그 편지를 받은 샤오샤오 또한 슬퍼하는데,
이때 화면이 유채색으로 바뀐다.
정말 이 두 사람이 원했던 무언가를 아버지의 편지를 읽음으로써 찾은 시점에
연출이 유채색으로 바뀌는데,
정말 많은 생각과 감정이 드는 장면이자 연출이었다.
영화 음악 또한 완벽하다.
한 장면 한 장면, 심지어 예고편까지 놓칠 수 없는 음악들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대사 없이 음악만 나오는 장면들도 정말 좋아한다.
https://youtu.be/XaY-18 brpFs? si=qP00 mn0 xX1 MXcyqr
2. 하다의 생각
개인적으로는 못나보여도 린첸징이 성공했을때,
샤오샤오가 함께 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그런 샤오샤오를 린첸징이 진심으로 다시금 잡았다면 두 사람과 아버지까지 행복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
샤오샤오가 린첸징을 놓쳤다며 오열하는 장면에서
같이 마음이 아파서 울었다.
이렇게 유명한 영화인지 모르고,
징보란 배우를 정말 좋아해서 그냥 본 영화인데
너무너무 재밌게 봤다.
진짜 예고편 마저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영화.
생각날 때면 예고편도 툭하면 틀어놓기도 한다.
구구절절 내가 적은 글로는 감정 표현이 힘든 부분이 많아서,
직접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
' 우리가 지금 무얼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